수면내시경 헛소리 두려운가요? (+역설반응)
수면내시경을 하고자 마음먹고 예약 날짜도 잡고 단단히 마음까지 먹었는데 두려운 게 한 가지 더 생겼습니다. 수면내시경 중에 내가 어떤 헛소리를 하면서 푼수를 떨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수면내시경 할 때 헛소리를 하고 심지어는 난동까지 부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질까요?
1. 역설반응
수면내시경 도중에 헛소리를 하거나 난동을 피우는 해괴망측한 상황이 벌이지는 것을 의학적 전문용어로는 '역설반응'이라고 표현합니다.
역설반응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수면내시경을 받고 있는 환자가 괴팍한 사람이어서가 아닙니다. 수면내시경에 사용되는 약물이 본래의 기능을 벗어나 다른 효과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2. 미다졸람
수면내시경에 사용되는 약물은 '미다졸람'입니다. 이름부터가 뭔가 느낌이 옵니다. 미다졸람이 제기능을 발휘하면 순한 양처럼 내시경을 받는 환자가 꿀잠을 자고 있어야 됩니다.
그런데 본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사이드를 타는 경우 난동 수준에 버금가는 심한 움직임을 보이거나 이해할 수 없고 논리에 맞지 않는 헛소리 같은 현상을 보입니다.
그런데 더 실망스러운 것은 미다졸람으로 인한 역설반응이 5% 정도라는 것입니다. 즉 100명의 수면내시경 환자 중 5명은 헛소리를 하거나 심한 몸의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수면내시경을 마치고 병원을 나올 때 간호사의 표정이 병원 들어올 때와 다르게 뭔가 싸한 느낌이 든다면 나도 헛소리를 했거나 난동을 부렸을 가능성이 있고 100명 중 5명에 들어갔다는 것을 심정적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다졸람 역설반응은 특정 성별이나 연령 또는 기저질환 유무에 따라 정형화된 케이스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면 내시경 도중 내가 역설반응을 보이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역설반응을 일으킨 사실에 대한 팩트는 해당 수면 내시경에 참여한 의료진이 직접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 이상 나만 모르고 모두가 아는 사실이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3. 솔루션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담그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수면내시경 도중 헛소리 하고 난동 부릴까 봐 겁나서 하지 않는다면 큰 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 미다졸람 용량 축소
과거 수면내시경을 할 때 역설반응 경험이 있었다는 것을 의료진에게 사전 고지 해주십시오. 미다졸람 용량을 줄이면 역설반응이 감소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 프로포폴
수면내시경 마취로 사용하는 것에는 미다졸람 말고도 프로포롤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프로포폴은 수면마취제 3 총사로 불리는 미다졸람, 케타민과 함께 자주 사용되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 비수면 내시경
수면 마취 이후 나만 모르고 다른 사람은 다 알아버리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 싫으시다면 비수면 내시경이 방법입니다. 그런데 비수면 내시경은 직접 해본 당사자로서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목구멍으로 쇠사슬이 들어가는 듯한 느낌과 질질 흘리는 침, 의지와는 달리 계속 나오는 트림, 슬프지도 않은데 흘러나오는 눈물 등등 다시 리멤버 하고 싶지 않네요.
그래도 기존쎄 이거나 멘털이 갑이시거나 비수면 내시경을 잘 받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는 분들이라면 비수면 내시경도 좋습니다.
4. 결론
수면내시경 중 헛소리하거나 난리난리를 피우는 게 두렵고 부끄럽게 느껴지겠지만 사실 이 부분은 핵심이 아닙니다. 역설반응은 수면내시경 검사 자체를 방해하기 때문에 정확한 검사가 어렵고 심한 몸동작으로 떨어지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 납니다.
역설반응이 과하게 일어난다면 어렵게 시작한 수면내시경이 도중에 캔슬될 수 도 있습니다. 의료진에게 잘 설명해서 안전하고 긍정적인 방법을 함께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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